JOB/정보2011. 10. 2. 14:29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증권사에 목을 매어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달려갔던, 그리고 현재 달려가는 그대들에게 

나의 경험한 바를 전달하려 함이다. 또한 몇몇 글을 보니 이 업계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단지 금융회사 5년차 말단 대리의 커멘트이니 굳이 새겨들을 필요는 없고,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사법시험같은건 전혀 관심에도 없었다.

난 좋은학교의 법대를 나와 오랜시간동안 "기자"를 꿈꿔왔었고,

대학4학년 때 학교 언론고시반에 들어가 공부하며 기자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높은 언론고시의 벽앞에 무릎꿇었고, 2005년 대학 4학년 9월부터 취업을 준비했다.

이왕 취업하게 된 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곳은 증권회사였다.

 

언론고시를 준비했던 탓에 나에게는 법대출신 치고는 꽤 높은 스펙이 있었다.

공사 2곳과 지원했던 모든 은행에 붙었고, 가장 가고 싶었던 증권회사에도 붙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가고 싶었던 모 증권회사의 IB에서 현재 일하고 있으며, 동기들 보다 일찍 승진했다.

 

몇 가지 증권회사에 대한 3가지 오해를 점검한 후 드리고 싶은 말을 드리겠다.

 

1. 증권회사 이름과 순위는 중요하다?

 

현재 업계에서의 top tier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는 나의 기준으로,

삼성, 대우, 우리투자, 미래에셋, 한투 이렇게 5개 증권사라고 판단된다.

삼성, 대우, 우리투자는 업계에서의 오랜 관록과 더불어 맨파워가 좋은 회사이며,

미래에셋과 한투는 투자에 특화된 회사로서 규모를 갖춘 내실있는 기업이다.

그외 대신, 현대, HMC, 하이, 신영, 신한, 교보, 동양종금 등은 내 생각에 성장 모멘텀이 약하다고 판단된다.

KB와 KTB, IBK는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그것이 현실화 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몇년 전 증권사에 지원할 때 언급했던 top 5를 제외하고는 지원도 안했다.

그러나 증권회사에서 사실 업계 이름과 순위는 큰 의미 없다.

얼마전 동양에 있던 친구 하나가 내 옆자리로 왔고, 내 옆자리에 있던 친구는 대우로 갔다.

 

증권회사에서 중요한건 job이다. 즉 직종이다. 증권사에서는 전문직과 비전문직으로 나뉜다.

즉,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IB(IPO, M&A, PI, PE, PF 등)와 더불어 

research, derivatives, fixed income, dealing은 전문직이다. (퇴직연금은 분명 전문직이나, 신직종이라 논외로 하겠다) 

/ 그러나 brokerage, wealth management, risk management 는 전문직이라 하기에 모호하며, / 

수많은 back office staffs(HR, 마케팅, 총무, 회계, 전략, IT 등) 는 단지 회사원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직군이 "업무직, 텔러"라면 단지 "취업"의 목적 이상을 기대해서는 본인만 힘들어진다.

때로 업무직은 자신의 학벌에 있어 큰 차이없는 공채 또는 영업직과의 연봉차이, 또는 무시를 감내해야할 수도 있다.

 

여러분도 잘 들었왔듯이 증권맨은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여러분이 특별한 목적의식이나 비전없이 단지 회사이름 또는 연봉이 좋아서 비전문직군을 선택했다면

3년안에 분명 후회할 것이다. 위의 비전문직을 택할바에는 유수의 대기업의 staff로 취업하는편이 훨씬 낫다.

그곳은 이곳보다 고용불안이 훨씬 덜 하다. 그것은 내가 직접 그들과 deal을 하기 때문에 잘 안다.

 

결론을 한마디로 함축하자면 이름없는 한양증권의 IB에서 일하는 것이 대우증권의 인사팀보다 훨씬 낫다.

물론 업무직이 아닌 정규직 공채라는 것을 가정하고 말이다.

 

 

2. 증권맨들은 돈을 잘 번다?

 

맞다. 지금 내 연봉은 현재 내가 deal하고 있는 중견 제조업체의 부장급보다 높다.

올 해 인센티브까지 잘 나와준다면 그 회사의 상무보다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업계 사람들의 소비 DNA는 다르다.

당신은 분명 입사하자마자 그 월급을 가지고 차곡차곡 주식 또는 펀드에 투자할 것이며,

현실화 되지 않은 수익에 기뻐, 당신 동기들과 또는 직장 선후배들과 룸싸롱, 안마에 들락거릴 것이다.

그러나 그 수익은 머지 않아 마이너스로 돌아갈 수 있으며, 당신은 손절매를 놓쳐 주식의 노예가 될 것이다.

 

내 동기 한명 2007년 대상승장에 주식으로 큰 돈을 벌어 대형차를 샀으며 

주식을 현금화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레버리지를 이용해 집도 샀다. 20대에 말이다.

그러나 지금. 입사 5년차인 그에게 돌아온건 2천만원도 안되는 감가상각 3년차의 대형차 한대와 

무시무시하게 자동이체되는 매달의 이자비용이다. 

 

증권맨 스스로 교만함에 빠진다. 자신이 주식시장과 환율, 부동산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 순간 증권맨은 벼랑으로 치닫는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탄 셈이다.

이름있는 제조업 회사에서 빠듯하게 일한 내 친구는 6년만에 1억을 모았다.

증권사 다니는 5년차 선배가 있다면 물어보라. 지금 월급에 만족하냐고. 또는 얼마나 모았냐고.

1억 이상을 모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3가지 부류 중 하나일 것이다.

자산(부채+자본)을 말하는 사람, 허세를 떠는 사람, 단지 주식의 평가이익에 불과한 사람.

 

 

3. 자격증 많은 사람이 인정받는다. CFA, CFP는 최고의 증권 자격증이다?

 

이 업계에는 나라님들의 정신나간 실정으로 인해 무수하게 많은 자격증이 존재한다.

증권투상, 선물, 부동산, 펀드, 운용, 리스크.. 그리고 외국의 CFA, CFP 등등.

당신이 입사하며 자격증이 많았다면 크게 부담되지 않겠지만 자격증 없이 입사한 당신이라면

입사 2년간은 이 자격증을 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마치 뭐에 홀린듯 자격증을 많이 소지한 선배들을 보며 그들을 우러러본다. 나도 꼭 취득하리라 결심한다.

나도 입사 2년 정도 됐을 때 왠만한 자격증은 다 취득하며 스스로 자아도취 됐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의미 없는 자격증일 뿐이다. 그래봤자 당신은 월급쟁이 증권맨일 뿐이다.

 

금융권에서 진정한 자격증은 변호사, CPA, 세무사, 감평사와 같은 고시수준의 자격증이다.

당신이 CFA와 CFP 두개를 갖고 있어도 세무사나 회계사에게는 무시당할 것이며, 당신의 고용안정과는 별개로 작용할 것이다.

더군다나 당신이 직급을 먹어갈수록 MBA출신들이 당신의 상관으로 들어올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front office (IB, research, derivatives, fixed income 등)에 한하겠지만.

 

저런 멍청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격증을 따는 행위는 내가 아닌 "회사"를 위한 행동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회사에서는 그만큼의 판매 또는 전문인력으로 포장되는 인력이 많을 수록 IR과 리스크방어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 자격증을 딸 바에는 그 시간과 노력으로 방금 언급한 확실한 자격증을 따라. 아니면 입사와 동시에 GMAT을 준비하여

나이 30 이전에 미국 top 10안에 드는 MBA에 admission을 받아라. 

그러나 어설픈 MBA 출신의 고용보장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학벌, 자격증과 같은 스펙은 취업당시에만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증권사 취업 이후 더 심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들의 증권맨들은 마음속 깊이 항상 열등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현직의 증권맨이라면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본인이 현재의 직군에서 정말 열등감이 없는지.

 

 

 

 

결론을 내려 보겠다.

그대들은 왜 증권회사를 지원했는가?

혹시 나와 같은 이유는 아닌가? 본인의 꿈은 접어둔 채 단지 돈 많이 준다니까 가는 것은 아닌가?

정말 주식과 돈과 탐욕에 쩔어있었나? 본인의 오랜 꿈이었다고 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대기업 또는 공사 등에 취직하는 것이 맞고, 또는 더욱 노력하여 당신의 꿈을 위해 정진하는 것이 옳다.

특히 IB에 지원한다면 우선 consulting firm에서 배우고 경력으로 오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나와 같이 당신이 만약 입사 5년 후 나의 진정한 꿈을 향한 이직을 준비한다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분명 잃는 것도 무척 많았을 것이다. 

물론 당신의 각오와 비전, 그리고 당신 마음속의 윤리가 5년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 난 당신에게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성공한 증권맨이 되길 바란다.

당신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험, 은행, 대기업을 제쳐두고 이곳으로 온 사람이 아닌가.

당장 나 조차도 현재의 이직 준비를 제쳐두고 내일부터 탐욕과 성공을 향해 내 젊은 몸 하나 불사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즉 직군/전문직과 비전문직의 차이는 분명히 있으며, 돈/증권맨은 돈 모으기 힘들다는 사실,

자격증/확실한 자격증 외에는 다 의미없는 자격증일 뿐이라는 것. 그 투하 시간에 확실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라는 것.

이 세가지를 염두하며 성공하길 바란다. 

 

증권업계로 뛰어든 용기 있는 당신의 앞날에 행운만 가득하길 바란다.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