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공매도'의 함정

 

아파트를 갖고 있는 투자자가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때 그는 모험을 할 수 있다.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입주하는 방법이다. 매도 자금은 물론 안전한 자산에 운용해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이자 수익을 벌 수 있다. 

시간이 지나서 실제로 아파트 값이 100에서 70으로 떨어진다면 그는 70의 가격에 아파트를 다시 사들인다. 이 경우 그는 가격 하락 분에 해당하는 30과 그 동안 예금을 해놓은 100에 대한 이자를 챙기게 된다.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상황은 거꾸로 갈수 있다. 아파트 값이 예상과는 달리 130이 되어 130의 가격에 아파트를 다시 사들인다면 30의 손해를 본다. 물론 그 동안의 이자는 조금 챙길 수 있겠지만 손실은 꽤 커진다.

 

이처럼 어떤 물건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일 경우 그 물건을 보유한 사람은 물건을 팔고 기다리다가 가격이 떨어진 후에 다시 물건을 되사들여서 이익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만일 해당 물건이 없는 투자자가 가격 하락을 예상한다면 어떨까? 이 때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해당 물건을 보유한 사람에게서 그 물건을 빌려온 후에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물건 값이 떨어지면 되산 뒤에 물건을 갚는다. 이 거래를 통해 역시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다만 물건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물건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물건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물건을 판 후 떨어진 후에 되사서 갚는 '고가 매도 후 저가 매수 전략(sell high and buy low)'이 바로 공매(空賣·short sell)이다. 물건이 없는데도(空), 판다(賣)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투자 전략인 '저가 매수 후 고가 매도 전략(buy low and sell high)'과는 완전히 반대의 거래 전략이다.

 

공매에도 종류가 있다. '네이키드 숏 셀(naked short sell)' 전략이다. 이는 주식을 빌려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냥 매도 주문을 내고 나중에 주식을 확보해 갚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상당히 위험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던 상호신용금고(지금의 저축은행) 하나가 문을 닫은 일이 있었는데, 바로 네이키드 숏 셀 형태의 공매도를 하면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금융회사는 코스닥 특정 종목에 대해 대량의 매도 주문을 내서 가격을 떨어뜨리려 시도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주식을 확보하지도 않은 채(naked) 매도 주문을 냈다는 소문이 퍼져버렸다. 매도 주문이 체결된 시점에서 이 신용금고는 반드시 주식을 매수하여 결제를 해주어야 하는데, 물량을 확보하기도 전에 그만 이 사실이 시장에 알려져 버린 것이다. 대형 사고였다.

 

 이 신용금고는 가격을 불문하고 주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잔인하게도 주식은 상한가로 치솟으면서 시장에 주식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매도 주문을 이행하려면 넘겨줄 주식이 있어야 하는데, 주식을 구하지 못하고 결제를 하지 못하게 되자 해당 금고의 관계자가 물량 확보를 위해 대주주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대주주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왜 우리 회사 주식을 대상으로 이런 거래를 함부로 했느냐는 노여움이 풀리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이 신용금고는 주식을 결제하

지 못했고, 보도를 듣고 달려온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예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되었다. <출처 : 조선일보 ㅣ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