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세수 증대에 기여… 주식시장 변동성 억제하고 과세 형평성 높이는 효과도"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엔 반대 "주식시장 위축" 업계 우려와 투자자들 반대 극복이 관건

정부가 항상 "중장기적으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막상 실천은 매번 미루는 일이 종종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무리하게 시도했다간 후환이 너무 큰 현안이 대부분 그렇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급부상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딱 그런 사례다. 정부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중장기적으로 주식 양도차익 과세(소액주주 소유 상장주식 대상)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검토 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표 참조)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면제한 것이 국내 주식시장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많은데, 한순간에 이 혜택을 없애면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정부가 설득하는 데 매번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주주가 아닌 일반투자자가 상장주식이나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번 차익은 모두 과세 대상이 아니다.(그래픽 참조)


◇정치권 제안에 귀 기울이는 정부

그러나 한나라당 친박계와 개혁파에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 내부의 목소리도 과거보다 우호적이다.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내에선 "국내 주식시장이 성숙단계여서 도입할 만하고,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도 된다"며 반기는 의견이 많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산과세의 형평성과 세수 증대, 시장의 변동성 억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내 주식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우려하는데,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이 부분을 억제하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자는 정치권 주장에 대해 "세수를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고,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춘다'는 국민 개세주의에 반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주식양도 차익 과세에 대해선 한층 우호적이다.

찬성론자들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제도라는 점을 꼽는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80%인 24개국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다만 법 개정 소관부서인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선 반대 의견이 적지 않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내년 대선을 의식한 장기과제로 삼고 있어 실제 과세가 이뤄지는 데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선 "세금을 부과하면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 데다, 금융연구원 등 민간연구원이 계산한 세수 증대 효과도 과장됐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로 늘어나는 세수가 10조원 이상이라는 추정은 억지"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원에선 연말 주식 시가총액에서 연초 것을 뺀 뒤 일정한 세율을 곱해서 세수 증가치를 구했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하면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세금을 거둔 것으로 과다 계산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먼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여당이 입법을 추진하면 박수를 치며 들러리를 설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도 당장 법 개정을 추진하기보다 장기 과제나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증권업계·투자자 반발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성사되려면 증권업계와 주식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이 마지막 걸림돌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일본 같은 경우도 주식 양도차익 과세 제도를 도입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지금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안 좋은데 세금까지 물린다는 게 현실성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B증권사 임원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방향은 맞다. 다만 양도세를 부과하려면 먼저 주식 거래세를 낮추는 등 중복과세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주식 거래로 이익을 볼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는 만큼 이익에서 손실을 빼고 과세하는 등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