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고발 없이 검찰 독자수사 이례적
초단타 매매자와 유착… 부당한 특혜 제공 의혹
"주문순위 조작 불가능"… 증권업계는 펄쩍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23일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초단타 매매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권사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증권사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등 5곳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수사관 10여명을 5개 증권사 본사에 보내 ELW 거래내역과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전산자료를 확보했고, 이날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증권사들에 대해 일제히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고, 증권 관련 사건에서 검찰이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도 드문 일이다. 검찰의 칼날은 '수퍼 메뚜기' 또는 '스캘퍼(scalper)'라고 불리는 초단타 매매 세력과, 이들에게 부당한 편의를 제공한 증권사들을 향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스캘퍼 유착 밝혀지나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99%에 이르는 ELW 시장에서 스캘퍼의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거래량이나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수수료 수입에 열을 올리는 증권사들은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일반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보다 빠른 전용선을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초단타 매매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정보를 입수해 남보다 0.01초라도 먼저 주문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돈을 딸 확률이 높아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액을 굴리는 ELW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트레이딩룸이나 지점 단말기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깎아주는 증권사도 있다"며 "큰손 스캘퍼 몇 명만 유치해도 시장 점유율이 훌쩍 높아지기 때문에 이들을 모시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주문 우선순위를 뒤바꾸는 등 부당한 특혜를 줬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동성공급자(LP)로 시장에 참여한 증권사와 스캘퍼가 서로 짜고 ELW 시세를 조정해 부당한 이득을 올렸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교란 주범… "입증 쉽지 않을 것" 전망도

스캘퍼는 분 또는 초 단위의 초단타 매매를 통해 하루 최소 100번 이상, 많으면 1000번 가까이 주식을 사고팔아 이득을 올리는 세력이다. 지난해 5월 6일 미국 다우지수가 20분 만에 9% 폭락한 것도 초단타 매매 세력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최근 초단타 매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금감원과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ELW 시장에서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을 거래하는 계좌는 0.16%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거래 대금은 전체의 76.8%에 이른다. 이런 극소수의 스캘퍼들은 지난 2009년 ELW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을 챙겼지만, 나머지 개인투자자들은 5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이 때문에 ELW 시장을 놓고 '투기판'이라는 비판과 탄원이 끊이지 않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검찰이 스캘퍼나 증권사의 구체적인 혐의를 잡아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큰손 고객'에게 더 싼 수수료나 지점 단말기를 제공하는 것은 금융업계에서 일반적인 서비스이고, 증권사가 주문 순위를 조작하는 것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캘퍼나 증권사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이로 인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주식워런트증권(ELW)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개별 주식이나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를 놓고 내기를 건 다음, 그 권리를 증서로 만들어 사고파는 파생상품이다. 가령 삼성전자 주가가 3개월 후 80만원에 도달하면 사는 권리(콜 워런트)를 샀는데 3개월 후 주가가 85만원이 됐다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만기시 75만원이 됐다면 투자금은 손실로 이어진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데다 가격 변동성과 레버리지(기초자산 대비 수익률)가 높고, 주가 상승은 물론 하락시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기적 수요가 강한 개인 투자가들에게 인기 있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 스캘퍼

분 또는 초 단위의 초단타 매매 기법을 통해 하루에 최소 100회 이상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거래대금이 일평균 100억원이 넘는 극소수의 계좌가 하루 거래량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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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