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전설적인 투자영웅과의 만남 

 


인생을 살면서 영웅이 필요하다. 영웅을 만나기 위하여 여행을 떠난다. 
믿을 만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 장기투자, 이것은 그 영웅의 투자원칙이다. 
70세 이상된 300억불(30조)이상의 자산을 가진 세계 최대의 자산가.
바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살아있는 영웅인 "워렌 버펫"이다.
그의 투자원칙을 실천하는 이안 다린이라는 펀드매니저의 영혼을 빌어 그를 만나러 간다.

 

버크셔 해더웨이 (Berkshire Hathaway)

 

자신이 잘 아는 단순한 기업에 투자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워렌버핏의 회사다.
투자원칙은 명료하다.

 

1. 투자금을 잃지 않는다.

2. 1.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1년에 한 번 주주총회를 개최하는데, 그 때마다 미국 중부의 오지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는 시끌벅적하다. 버펫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워렌 버펫을 모르면 간첩이다. 
이웃사람이 들려주는 버펫은 그의 명성만큼이나 후한 평가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는

부자이면서도 대단히 검소하다. 75년도부터 타고 다니던 차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 50년동안

34만불(3억5천만원)하는 아담한 집에 그대로 살고 있다.


이웃사람 한 양반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1만불을 투자할 것을 권유받았단다.
"미쳤어? 내가 너한테 투자하게?" 그랬었는데 
그 때 투자했으면 2억5천만불이 되었을 거라고 머리를 긁적인다.
실제로 주변사람 200명 이상이 워렌 버핏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

 

버크셔의 주주총회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주주총회다.
처음에는 카페테리아에서 12명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콘서트 홀을 빌려서 세계각지에서 몰려드는 15,000 여명을 맞이해야 한다.
주주총회가 이토록 성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
워렌 버펫의 오랜 경영파트너 챨리 밍거는 이렇게 들려준다. 
오랜 동안의 신뢰와 교류로 서로 정이 많이 들었고, 흥겨운 축제의 파티가 있으며, 
과시하지는 않지만 "현명하고 부유하다는 것을 표현" 하는 것이란다.

 

챨리 밍거의 친구라는 오티스 부스란 양반도 빠짐없이 주총으로 왔다.
그는 초기에 100만 달러(10억)을 투자하여 30년이 지난 지금 10억불(1조원)으로 불렸다. 
그도 웨렌과 챨리와 아주 친하다. 그래서 이 양반들을 평가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워렌 버펫이 담배꽁초(저가) 방식이라면, 챨리는 품질(좋은기업)을 중시한 사람이다. 
두사람이 절묘하게 서로 보완적이었으며, 오늘날의 워렌 버핏은 상당부분이 챨리의 몫이다. 
여기서 가격과 품질을 조합한 유명한 말이 하나 나온다.

 

"It is far better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lure price

than a 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훌륭한 기업을 괜찮은 가격에 사는 것이, 괜찮은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는 것 보다 낫다)- 워렌 버펫

 

주주총회 전날 밤, 버펫은 어김없이 웰리킨 매장에 들러서 더스트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바닐라, 초코릿, 스니커즈, 밸리, 레스, 아몬드, 스트로베리...수많은 선택 중에서 스스로

콤비네이션을 하는 아이스크림이다. (한국의 베스킨라빈스 형)
음식과 다이어트에 관한 한은 어린 나이, 그의 5번째 성대했던 생일 잔치 이후부터 정립했단다.
2-3주에 한 번 단골 이발사에게 이발을 한다. 짧은 시간,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곳이다.
그러면서 "이발을 해야 할 것 같은지 이발사에게 묻지 말라"고 한다.

 

버크샤는 건실하고 경영진이 좋고, 예측 가능한, 소비가 항상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그들이 직접 인수한 기업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코카콜라, 질레트, AME는 각각 10%,

워싱턴 포스트지는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전체 직원은 45,000 명에 이른다. 그러나 본사직원은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그들은 고객을 승객에 비유한다.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것이 그들의 임무,
정보홍수 속에서도 투자원칙을 굳건히 지키고 중심을 잡는다.

 

드디어 주주총회일, 세상에서 가장 성대한 주주총회,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별다른 의미를 공유하는 그 주주총회, 누가 제일 먼저 도착했는지도 화제거리다. 
이날은 새벽 3시ㅣ15분에 도착한 사람이 지난 7년동안 1등으로 도착한 사람을 눌렀다고 난리다. 
주주총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마이크에서는 "뛰지 말고 걸어라"라고 외친다. 
유명한 인사라도 서로 거리감이 없다. 그리고 열정이 대단하다. 왜 그럴까 ?
"주인이란 느낌이 들도록 하니까, 잊지 않고 찾는 것이다."라고 버펫은 말한다. 
버크셔 주총이 미국기업의 최대 주주행사인 이유이다.

 

사실 버크셔는 지난 30년동안 매년 23%씩의 수익을 줬으며, 60년대 중반, 주당 7$ 하던 주가는 

주당 10만$로 부풀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주주이익을 준 기업이 없다. 
그렇게 버크셔는 훌륭한 기업이다. 카리스마와 훌륭한 인격체가 결합된...

 

드디어 주총이 시작된다. 워렌버펫과 챨리 밍거가 나란히 체어맨의 자리에 앉는다. 
버펫이 먼저 입을연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증시를 지배할 묘안이 떠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지, 현명한투자는 장기적으로

시장지표를 이길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챨리밍거 차례다. "투기세력이 많아졌다. 자본투자는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시장동향과 실적에 승부를 건다면 시류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유일한 전략은

우리가 좋아하는 수익구조에 우리가 좋아하는 경영진의 기업이 합리적인 가격에 나와 있을

때 투자하는 것이다."

 

워렌 버펫은 주주들에게 연례보고서를 보낸다. 매출이나 경영보고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누이인 도리스와 버티에게 쓰는 편지같이 회사 사정을 있는 그대로 상세하게

다 적어서 누이 이름 대신에 "주주들에게"로 바꾼다.

 

"누군가 오래전에 나무를 심어 놓았기 때문에 오늘 누군가가 그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것이다." - 워렌 버펫

 

버펫은 기업인수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항상 남들보다 낮은 가격을 부르는 데도 잘 성공한다.
기업을 파는 측에서는 버핏이 기업을 쪼개거나 단기차익만 노리고 떨어져 나갈 가능성

없이 장기로 가져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싸게 넘기는 것이었다.  
1999년에 인수한 Borshem's는 맨해튼에 있는 단일 점포로는 세계 최대의 보석매장이다. 
혼탁한 월스트리트에서 이성적 기준으로 기업을 고른다. 경영은 현재의 경영진에게 그대로

맡기고 개인적인 유대감을 친밀하게 유지한다. 워렌 버핏은 천성적으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고, 경영.투자 등 하는 일을 즐긴다고 챨리 밍거가 옆에서 들려준다.


"투자할 때 기준은 명확하다. 0 아니면 1이다. 좋지 않으면 나쁜 것이다."

 

"명성을 쌓는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된다. 이를 명심하면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 워렌 버펫

 

1960년대는 확실히 버크셔 헤더웨이가 최대의 화제거리였다면 1970년대는 인플레이션이다.
1980년대는 홈디포, 월마트처럼 시장에 진입하여 업계를 평정하는 놀라운 기업들이 탄생한다. 
버크셔가  가구, 재보험, 보석 등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하여 카테고리 킬러들을 탄생시킨다. 
최근에는 네브라스크주에 있는 흔들의자 가구기업에 투자했는데 다리 받침이 있고, 전화와

맛사지 기능도 있고, 냉장고도 붙어 있는 의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는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배우지만, 결과 보다는 그 과정을

훨씬 더 즐긴다." - 워렌버펫

 

버크셔의 경쟁력은 기업가 정신과 급여가 높다는 것 2가지이다. 버크셔의 경영진은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돈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람들이 일을 즐기면서 한다. 돈을 버는 것이 단순히

목적이 아니다.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 것인지 정립되면 그렇게 즐기게 된다.

돈에 대한 소유의 집착은 투자도 망치고, 인생도 처절하게 망가뜨리는 것이다. 
 

돈버는 사업을 하면서 자선사업이나 기부를 얘기하는 것은 참 어렵다. 
네브라스카주 어느 빈민가의 학교 복도에서 우연히 워렌 버핏을 만난 적이 있단다. 
다들 그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란 것을 몰랐단다. 보통 기부나 봉사는 알아주기를 원하거나,

백악관에 초대되어 대통령과 사진을 찍거나 사후에 국립묘지에 안장되기를 바라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버펫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장점이다.

 

버크셔는 자선단체에 10년동안 1억불(100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그러나 워렌 버펫은 최근에

자신의 전재산 300억불(30조원)을 다 기부한다. 돈은 소유의 집착이나 나만을 위하여 칭칭 감고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또 교육의 힘을 신봉한다. 펀드투자 잘한다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천명의 아이들에게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전도하는

교사가 더 중요하다면서 지금도 오마하의 공립학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옐로포커스 얘기를 좀 하자. 버크셔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름이다. 회원들은 인터넷으로

매일같이 채팅하면서 서로 교류한다. 기업정보, 인수사업내용, 대가족 구성원들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내상을 당한 한 회원이 있었는데 회원들이 전국에서

조화를 보내주면서 위로했다고 한다. 단순 채팅이 아니라 가족같은 스위트 룸에서 항상

만나는 온라인가족인 것이다.

 

버핏이 세상을 떠나면 옐로포커스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버핏은 150살까지 살

사람이라고 웃어 넘긴다. 앞으로 20년 동안은 좋은 해와 나쁜 해가 있을 것이라는 것, 
좋은 해, 나쁜 해,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지금처럼 즐긴다는것, 되도록이면

올 것을 다 겪어 보았으면 좋겠다고 버펫은 웃으며 말한다.

 

"The fact that people will be full of greed, fear or folly is possible, 
but the sequence is not predictable"

 

(사람이 욕심과 두려움이 있고 어리석다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행동은 예측불가능하다) - 워렌 버펫

 

Gorat's는 워렌 버펫이 40년 넘게 가는 단골 레스토랑이다. 그 중 대표메뉴가 18.95$ 짜리의

T-본 스테이크, 억만장자가 즐겨먹는 것이라고 하도 많은 사람들이 주문을 하여 이름도 바뀐다.

"주문하시겠습니까 ?  워렌 버펫 T-본 스테이크" "뭘 드시겠습니까 ? 워렌 버펫 스테이크"

이런 식이다. "군중심리가 발동되면 사람들은 하수구라도 따라간다"고 하듯이(한국의 뇌동

매매자들의 특징) 주주들은 투자철학 뿐 아니라 식습관까지 따라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존경하는 영웅만 잘 고르더라도 행운이다." - 워렌 버펫

 

챨리 밍거는 워렌 버펫에게 충고한다. 사업가로서는 완벽하다. 그러나 아내 입장에서 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슬쩍 건드린다. 그러면서 상황을 좀 단순하게 보라고 충고한다. 
그러자 버펫은 오히려 마누라 고르는 비법을 소개한다.


머리좋은 여자? 용모가 단정한 여자? 미모에 뛰어난 여자? 손사래를 친다. 
"기대치가 낮은 이성을 골라라" 라고 권한다. 여기 모인 주주들도 기대치가 낮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장중은 폭소가 터진다. ㅎㅎㅎ

 

대망의 주주총회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는 항상 그랬듯이 야구장으로 향한다.
워렌 버펫이 시구를 하고, 왕년의 시카고 컵스 스타 어니 뱅커스가 시구 대상이다.
전설적인 영웅과 스포츠 스타의 아메리칸 드림의 조합... 3일간 워렌 버펫의 행적이 어떻게

적용되고, 버펫 때문에 인생이 달라진 사람들을 만났다.
신의와 신뢰, 투자지침 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 
무엇인가에 대한 신념을 갖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카고에서 이륙한 비행기 아래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은 고요한 자연 그대로이다. 
현재 비행고도가 9000 m, 아래를 내려다 보면 까마득한데, 이 비행기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근처로 가면 산 정상과 부딛칠듯 말 듯 하다니... 워렌버펫은 누가 뭐레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투자의 고지를 점령한 영웅이다. 산악인으로서는 엄흥길과 박영석... 우리가 감히 흉내내지

못하는 영웅들이다. 그렇게 정상은 누구에게나 내어주지 않는다.

 

북한산이나 지리산을 오르는 정도는 고사하고, 뒷동산을 오르는 정도의 나태함이라면
주식투자는 접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 수많은 투자자들이 입으로만

가치투자, 장기투자하면서 워렌 버펫에 친한 척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부단한 수련으로

가슴으로 얘기를 한다. 이제 다음 주면 우리도 출발한다. 가을산을 빙그르르 둘러서 아름다운

바다가 흐르는, 한국의 오마하로 우리의 옐로포커스 맴버들이 모인다. 5년간에 걸친

5000 포인트를 향하는 투자 르네상스를 맞이하여 우리도 서로 신뢰의 마음을 나누고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출발을 하는 것이다. 
 

 


- 스티브아너스클럽(Community Cafe) 에서 -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