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기사모음2011. 9. 24. 20:00

● (2) IB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

정부 "대형
M&A 해야"…업계는 증자 선호
종합IB 첫 격전지는 프라임브로커 시장

 

정부는 대형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을 육성할 방침이다. 사진은 세계적 IB인 미국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 /한경 DB


금융감독당국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리딩 증권사 간 인수 · 합병(M&A)을 유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덩치 큰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를 육성해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증자 등 손쉬운 자본 확충 방식을 선호해온 자기자본기준 1~5위 대형 증권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서는 결국 대형 M&A를 성사시키는 1~2곳이 한국을 대표하는 IB로 살아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한국판 골드만삭스 나와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IB 업무를 경쟁력 있게 하려면 자기자본 규모가 커야 한다"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리딩 증권사 간 합병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제도적인 틀을 만들었으니 대형 증권사 간 M&A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는 대우 삼성 현대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24000~29000억원이다. 이들 중 2개가 합칠 경우 자기자본 5조원이 넘는 대형 IB가 탄생한다. 이 정도는 돼야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감독당국의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B가 되기 위한 최소 기준을 3조원으로 했을 뿐 경쟁력 있는 IB가 되려면 자기자본 규모가 이보다 더 커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커트라인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에서 증자를 하느니,화끈하게 '덩치'를 키워야 해외 IB와 맞붙어 큰 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확충 우선"

정부의 구상에 대해 증권업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더러 바람직한지도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 가운데 삼성 현대 한국투자증권은 오너십이 확고한 곳으로,M&A를 통한 대형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부의 의지대로라면 결국 정부가 주인인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인위적인 증권사 간 M&A에 주력하기보다 국내 IB들이 해외시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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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형 증권사는 우선적으로 증자를 고려하는 반면 규모가 작은 증권사들은 M&A를 포함한 다양한 자본확충 방법을 고민 중이다. 1조원 이상 자본확충이 필요한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와 협의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슷한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미래에셋증권은 당분간 증자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증자와 M&A등 다양한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KB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와의 M&A가 아니면 IB 신규업무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프라임 브로커 시장이 첫 격전지

금융위는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탄생하는 점을 감안해 프라임 브로커 업무와 관련해선 자기자본 3조원 이상 기준 충족에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구체적 기간은 조만간 시행령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프라임 브로커 업무는 헤지펀드에 대한 거래와 집행 · 결제뿐 아니라 유가증권 대여와 신용공여 · 리스크 관리 · 신규펀드 출범 시 투자자 소개 등 헤지펀드 업무 관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통한 업계의 신규 수익 창출 규모는 2014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 외에도 미래에셋 KB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약 2년 전부터 관련 부서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준비해 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나오면 곧바로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며 "이 시장이 자기자본 기준 충족 여부에 상관없이 증권업계의 첫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이태호 기자 scream@hankyung.com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72763191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