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팔아 연명하는 신세…`전자 최강` 소니의 추락


[CEO & 매니지먼트]

2011년 적자 1조2000억원 규모…금융수입으로도 보전 힘들어
'우리가 최고' 자만·리더십 부재…1990년대 '워크맨 신화' 전설로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 소니가 더이상 전자회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매출이 아니라 수익 구조만 따진다면, 소니는 지금 전자회사가 아니라 금융회사에 가깝다. 생명보험 등의 금융파트에서 내는 수익으로 전자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부분적으로 메우는 구조다.

소니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도 TV사업 등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900억엔(1조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연속 적자다. TV 등 주력 분야가 삼성에는 진작 밀린 데다 이제는 LG에마저 뒤처지면서 금융사업 수익으로도 손실을 메우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신용평사가인 피치는 지난해 12월 일본 소니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로 내렸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춰 제시했다. 피치는 당시 “소니의 재무상태가 악화됐고 주력시장에서 예전의 막강한 지위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추가로 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1990년까지만 해도 소니는 글로벌 전자업계의 최고봉이었다. 무엇이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았던 전자산업의 아이콘 소니의 추락을 불러왔을까?

◆전설이 돼 버린 소니 신화

소니는 삼성전자와 합작 설립한 S-LCD 지분을 최근 9억3900만달러에 삼성에 팔았다. LCD 시황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소니의 사정이 절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소니의 명성은 지금의 애플 못지않았다. 소니는 혁신의 대명사였고 미디어기기 소비 습관을 바꾼 혁신들을 만들어냈다. 1979년 전설의 ‘워크맨’을 내놓은 후 소비자들은 이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사기 위해 떼지어 소매점으로 몰려갔다. 워크맨은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이었다. 경쟁사들이 값싼 복제품을 내놔도 소비자들은 워크맨을 고집했다. 

소니는 모든 전자기기의 상징이 됐다. 소비자들은 소니 로고가 있는 기기는 무조건 신뢰했다. 이어 나온 CD플레이어도 소니 혁신의 상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트리니트론 브랜드의 TV는 만들기만 하면 판매점의 가장 좋은 자리에 전시되며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만…그리고 계속된 추락

2000년대 소니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전자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은 2001년 10월 무렵을 소니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즉석에서 음악파일을 구입하고 걸어가면서 질좋은 음향을 감상할 수 있는 아이팟은 음악 소비시장의 엄청난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워크맨과 CD플레이어로 이어진 소니의 시대는 이때를 전후해 저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TV시장의 최강자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추락하는 소니를 막지 못했다. ‘우리가 최강’이라는 자만심은 오히려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1년 소니는 거대 그룹이었다. 인수·합병을 통해 전자사업과 음반, 영화, 금융사업을 거느린 항공모함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출발했다.

사업부를 하나의 독립회사로 운영한 ‘컴퍼니 제도’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됐고 사내 정치와 관료주의는 만연했다. 한 예로 소니는 워크맨의 MP3 버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애플 아이팟에 앞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개발을 담당하던 소니 내부의 여러 작업실들은 개별적으로 결코 만나지 않았고 대화도 없었다.

◆CEO 리더십의 부재 

다음달 물러나는 하워드 스트링거 CEO의 리더십 부재도 소니의 추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됐다. CEO는 현재와 미래 시장의 트렌드를 앞서 보고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야 하지만, 스트링거 CEO는 조직관리는 물론 사업조정 등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휴대폰 배터리 폭발 등 품질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졌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소니’는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소니는 차기 CEO로 히라이 카즈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할 계획이다. 비장한 각오로 회생을 꾀하기 위한 카드다. 분열된 사업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시 한번 시대를 장악할 혁신제품을 내놔야 할 책임이 그에게 주어져 있다.

혁신 부족과 잘못된 의사결정이 끝없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소니에 그가 과거 영화를 재현해 줄 수 있을지 글로벌 전자업계는 지켜보고 있다. 실패하면 소니는 정말 금융회사로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소니, 전자를 버려야 산다



그래미상 받은 아델 음반 등 음악·영화 부문은 승승장구

“소니가 살려면 TV사업을 분리해야 한다.”



일본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11일 최신호에서 소니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TV사업 등 하드웨어 사업을 떼내어야 한다고 보도혔다. TV가 과거 소니 브랜드를 대표했지만 지금은 적자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영화 음악 금융 등 돈버는 사업이 TV의 적자를 메워주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소프트웨어 부문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소니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영국 가수인 아델의 앨범 ‘21’은 6개의 상을 휩쓸었다. 미국에서만 1500만장이 팔린 이 히트 앨범은 소니뮤직이 제작했다. 이달 초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소니픽처스의 영화는 총 21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 제작사가 출품한 작품 수로는 가장 많았다. 머니볼 등이 소니의 영화다. 소니가 지난해 영화 음악 부문에서 기록한 영업이익은 모두 700억엔(9800억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금융 부문도 1000억엔(1조4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TV 사업은 악화일로다. 소니는 지난해 TV 사업에서만 1750억엔(2조4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8년 연속 적자를 낸 것. 이에 따라 소니는 TV 부문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TV 판매목표도 4000만대에서 2000만대로 줄였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세계 1위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포기한 셈이다. 도요게이자이는 “영화와 음악, 금융 사업에서 번 돈으로 전자사업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TV 부문의 적자와 함께 소니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라는 실현불가능한 목표를 세워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요게이자이는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가 1968년 미국 CBS와 함께 레코드 회사를 설립한 후 소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추구했지만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이 소니픽처스가 만든 영화를 소니TV로 볼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회사 분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자 영화 음악 금융 등 소니 4개 핵심 사업에 대한 전문 최고경영자(CEO)를 따로 두라는 것이다. 과거 소니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나카타니 이와오(中谷嚴)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 이사장은 “전혀 다른 성격의 네 가지 사업을 한 명의 책임자가 이끌어가는 방식은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자부문을 완전히 분리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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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