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이럴려면 하지 마라

나이 스물 넘은 사람 중에 고백 한두번 쯤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은고백만큼은 해봐야 는다, 라는 금언에서 자유로운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라는 절차에 수많은 오류들이 끼어드는걸까? 나는 모르겠다. 알고 있다면, 나도 그동안 그렇게 많은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나도 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피 말리는 순간인지. 하지만 그렇다고 머리까지 허혈 증세를 보이면 어떡하나. 마치 머리에까지 피가 마른 듯한 많은 고백의 양태들이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스무살이 되어 대학에 입학하면 1학년들이 '교양 영어' '사고와 표현같은 글쓰기 수업을 필수 교양으로 이수해야 하듯이 강의실 밖 수행평가를 대학에도 도입하자고. 수행평가의 내용은 3학년 누나들과 짝을 지어 한 학기 동안 연애를 배우는 것이다(3학년 누나들과 연애하라는게 아니다. 그럼 누나들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3학년 누나들에게도 학점을 줘야겠지. 졸업 학점 이수 못한 누나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한번에 세다리까지 인정하면 6학점!; …물론 농담입니다. -_-;

나 또한 그 피 말리는 순간에 대해 전수해줄 ABC 도 딱히 없거니와, 직접 부딪치고 깨지지 않는다면 ABC 가 있다 해도 배우지 못한다. 최선을 다해 부딪치고 깨지고, 또 그러면서 알아가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과연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가? '좋아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있담? 그 순간엔 정말 열중한다고!' 그래,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만만치않은 반대 증거들이 있다.



① 핫하고 힙한 잇 플레이스까진 아니어도…

만화 <애욕전선 이상없다> 에 이런 만화가 있었다. 세 커플이 각자 첫키스를 어디서 했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는데 다들 나름 놀이동산, 남산 서울 타워에서 야경을 보면서… 등의 장소를 떠올리는데 마지막 컷의 한 커플은 '모 비디오방' 을 떠올리고 차마 말을 하지 못한다는 만화다. 

비록 '첫키스'는 아니지만, '고백' 에는 장소 선정이 중요하다그게 구애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무데서나 고백하지 않는 최소한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그렇다. 참을성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에 취하거나 관계의 긴장감, 혹은 그 긴장감에서 오는 피로를 이겨내지 못한 우리들은 그러길래 청심환 좀 먹으라는 내 충고를 기어코 어기다가 스스로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백을 '엎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고백은 대개 '떨떠름한' 반응을 얻는다.

그렇게 엎지른 경우의 실례를 몇가지만 든다. 정확히 누가 누구를 어떻게, 그런 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다 내가 목격한 순간들이다.

그녀의 집 앞 
- 데이트 끝난 후 데려다 주다가 집 앞 놀이터나 벤치에서… 벌인 일이다. 그럭저럭 무난하다.


동창회, 커뮤니티 번개 모임 등의 단체 모임에서
- 
게다가 타이밍을 잡지 못한 남자가 여자가 화장실 갈 때 따라가서 화장실 앞에서 고백을 했다.

그냥 길을 걷다가 
- 미안. 못 들었어. 뭐라고? …여자의 반응이었다.


밥 먹다가 
- 혹은 밥 먹고 나서 냅킨으로 입을 닦다가… 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체했겠다 싶었다.


과방에서 
- 꼭 다른 애들 다 있는데, 그 앞에서 고백하는 사람이 있다. 용기있게 보이고 싶어선진 몰라도, 내가 볼 땐 도리어 단둘이 있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흥가 한복판에서 
- 생각나는 서울의 유흥가 한복판이 다 있다. 명동에서, 강남역에서, 홍대에서… 골고루 있다. 버릇인 것 같다. 본능인가? 과시욕?


이밖에도 전화하다가 고백하는 경우는 꽤 흔하고… 대개는 대화하다가 어쩌다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고, 그 분위기에 말실수를 흘리고, 그러다보니까 '사실 나 너 좋아했어' 라는 식으로 흘러가는건데… 의외로 성공을 전혀 못하는건 아니지만, 준비하지 않은 고백이라는 면에서 점수를 높게 줄 순 없겠다.

문제는 메신저로 고백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다들 손가락을 분지르던지 해야지. 대체 목소리조차 들려줄 용기가 없다면, 나중에 뽀뽀라도 시도할 용기는 어디서 날건지 궁금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싸이 방명록 덧글로 고백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혹시 겪어보신 분? 

그 다음으로 심각한건, 혹은 더 심각한건 문자로 고백하는 것이다.

메신저로 고백하는게 얼마나 별로인 일인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사람에 따라서는 문자로 고백받는걸 더 어이없어 하는 경우도 있겠다. 내가 아는 어떤 경우는 이런 문자가 있었다.

'사실은나너조아해나랑사겨조ㅎ'


나 같으면 절대 안 사귄다. 너랑 절교다.

여담인데, 이 글을 보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 분들.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여자친구한테 전화나 메신저로 고백하고 사귀게 되었고, 첫키스를 dvd 방에서 하신 분들 꽤 있을거다. 그게 현실이라는거 잘 안다. 

…잘해주시라. 그거 일종의 원죄다. -_-;;;;

길을 걷다가 고백하지 마시길. 시끄러운 장소에서 고백하지 마시길. 어쨌든간에 나중에 우리의 연애 풀스토리를 누군가한테 들려줬을 때, 그 친구한테 민망하거나 창피해서 말 못할 장소에서 고백하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설명을 해드리자면, 길을 걷다가 고백하는건 갑작스럽고 충동적인 느낌을 준다. 그 길이 너무너무 아름다운 길이어도 탐탁치 않다. 야외에서 고백하는건 대체로 산만해지고,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야외라는 점에서 전혀 장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것을 십분 이용할 수 있는 강호의 고수가 아니라면 야외는 피하는게 좋다.

시끄러운 장소은 이렇다. 호프집 · 노래방 · 아가들 많이 오는 까페나 음식점(?)(보면 그런데가 있다. 이를테면 민토. 이쁜 까페 많은데, 왜 부득불 민토에 가는지 나는 참; 내가 민토를 싫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 있잖은가. 레드망고 같은데) · 그리고 실내여도 지나치게 오픈되어 있는 장소는 썩 좋지 않다. 집중력을 해치고감정의 고조를 방해한다.

남들이 비웃을만한 장소가 어디냐고? 나는 고깃집에서 술 마시다 고백한 사람도 봤고, 백화점에서 옷 고르다가 고백한 사람도 봤고, PC 방에서 고백한 사람도 봤다. 

가장 희한한 경우는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가 덜덜덜 하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그 순간에 고백한건데, 그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쩌다 그런 기발한 착상을 했는지 지금까지도 너무 궁금하다.



 벚꽃, 노을, 무지개의 도움은 없어도…

왜 밥 먹다가 고백하는 겁니까? 
왜 술에 취해 얼굴이 불콰해졌을 때 교제 신청을 하는 겁니까?
왜 만나자마자 사귀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겁니까?
대체 왜 햇빛 쨍쨍할 때 구애하는거죠?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네가지다. 

밥 먹다가 고백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말하기도 입 아프다. 왜 방금 만났는데, 다짜고짜 사귀자고 하는가. 지하철 계단 올라오느라 숨 차 죽겠다. 숨 좀 돌리고 하자. 이건 어려운게 아닐진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만나자마자 '사실은 오늘 너랑 사귀자고 하려고 만나자고 그랬어' 님하. 제발. -_-;

햇빛 쨍쨍할 때, 그러니까 낮에는 가능하면 고백을 피하자. 까페도(까페라는게 대개 그렇지만) 조도가 낮고, 은은한 조명인 곳이 좋다. 그것은 자명하다. '밤에 쓴 편지' 라는 말도 있고, '밤에 글 쓰지 마라' 라는 말도 있듯이 원래 사람은 밤이 되면 감상적이 된다. 낮에 햇빛 쨍쨍할 때 너 밖에 없고, 너 생각만 나고, 너랑 같이 행복해지고 싶고… 이런 얘기들으면 닭살 돋는 사람들 많다. 가급적 피하는게 성공률을 높힐 수 있다.

그럼 이제 술기운을 빌어서…  취중진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우리는 취중진담을 진짜 꽤 그럴듯하게 여긴다. 여기에 대한 그녀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귀엽다는 사람도 있고, 짜증난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귀엽다는 것도 특수한 때의 이야기다. 우리는 절대 지현우가 아니다. 진짜 이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가끔 거울 보면서, 그래도 이 정도면 됐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점이 있다. 내가 일곱번 고쳐죽고, 아홉번 재주를 넘어도 나는 지현우가 될 수 없다게다가 내 목소리는 절대 김동률 비슷하지도 않다김동률의 목소리로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실수인지도 몰라' 할 때나 귀여운거라는걸 우리는 좀 더 알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김동률도 실수를 한게 있다.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 이정도로 술 퍼먹었으면 그냥 집에 가서 자는게 남는거다. 게다가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퍼먹나? 자신의 알콜 트러블에 대해 심각하게 자문해볼 일이다.

어쨌거나 단언하건데, 취기 없는 정신으로 향 좋은 커피잔 앞에 두고 고백하는게 혹시나 모를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안그래도 위험 부담이 많은게 구애의 행위다. 왜 불필요한 위험 부담을 감수할까? 떨린다고? 맨정신으로 못한다고? 강력히 추천한다. 그것은,

... 

환을 못 먹는 분들을 위해, 자매품 마시는 청심환도 있다.  (다만 먹고 나서 이 닦으세요. 입냄새 고풍스럽게 남)

취중진담의 전술도 절대적으로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니다. 배수진도 전술적으로 보면 비교할 것 없이 멍청한 전술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효과가 있었던 전투가 많다. 마찬가지로 취중진담의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그만큼 소심한 사람이 용기를 내었고, 이만큼 절실(절박이 아니다) 하고, 솔직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말하지만, 위험 부담이 있고 그걸 감수해야 할만큼 취중진담이 필승 전술이 아닌 바에야 이 전술을 구사할 필요는 없다.



 기인열전, 제발님하개념쩜

가끔 고백을 어떻게 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그래서 그 고백을 듣는 여자 분의 심경을 추측해보자면, 아마 네글자일 것 같은 고백들이 있다. 그 네글자는,

 '어쩌자고?' 


주로 당황하거나, 부끄러워서 말이 장황해지고 자기도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다보니 '나는 누구? 너는 누구? 또 여기는 어디?' 이런 정신 상태가 되었을 때 주로 그런 식이 되는데, 실례를 들어주겠다. 

'그동안 생각해봤는데, 나도 이젠 슬슬 정착하고 싶고, 너도 괜찮은 것 같고, 친구들도 너 정도면 괜찮다고 하고 그러니까 뭐, 너도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벌써 몇번이나 만났으니까… 난 근데 손톱 까맣게 칠하는거 싫은데… ,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요. 여기 물 좀 주세요. 그러니까 뭐, 너도 내 맘 알지 않냐그래서 난 그냥 그랬어. 에이, . 민망하게너한테 뭘 바라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굳이 꼭 사귀자, 뭐 이런 것보다는 그냥 내 맘이 이렇다고. , 언제부터? 언제부터가 뭐가 중요해. 그냥 그런거지.'


…님좀짱? 장담하는데 이런 대답할 기회도 안 주고, 사귀자는건지, 말자는건지 모르겠는 말들만 혼자 중얼중얼대다가 마는 고백 받아본 사람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정말 기인들이 많다. 얼마나 많은지, 한번 모아서 책을 내고 싶을 정도다. 아마 유머집으로 꽤 쓸만할 거다. 혹은 한풀이 서적이 될지도 모르지만. -_-;

그 기인열전 첫번째 시리즈내가 알고 있는 최악의 명 고백 멘트, 베스트 5 시작합니다. 

5.
. 니 생각은 어때그냥 말해도 괜찮아. ? 생각? 아니, . 지금 생각해봐. 그럼. ……… 생각 다 했어시간이 뭐가 필요해.

4.
너도 이제 안 팔리는 나이야. 고마운 줄 알어(혹은 사실 너도 나만한 사람 만나기 쉽지 않지 않냐?)

3.
너랑 결혼하고 싶어

2.
나 서울댄데... (자매품 : 나 의산데, 내 연봉이 이쯤 돼)) (좀 아가 버전 : 나 차있어)

영예의 1위는… … … …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1.
, 좋은게 좋은거지.

… 다 실화입니다(먼산). 

, 특별 이벤트. 내 생애 가장 최악이었던 고백 멘트 제보를 받습니다. 다만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_-; 올려주신 멘트 중 가장 어이없었던 멘트로 선정되신 분께는 …… 나중에 어떻게 기회 되면 밥이라도 한끼 사드리며 위로 해드릴께요. -_-;

세상에는 좋다는 말은 하면서 교제해달라는 말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교제하자는 말은 하면서 좋다는 말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런지 도무지 모르겠다. 둘다 못하는 사람은 너무 많으니, 관두자.

다시 한번 소개하는 기인열전 시리즈. 내 생애 최악의 명 고백 시츄에이션, 베스트 5를 소개합니다.

5.
도로 옆에서 '나 안 받아주면 나 뛰어든다?' 
- <101번째 프로포즈>가 언제적 영환줄은 아냐? 경우에 따라선 다리 위, 옥상 위, 발코니 난간에서 뛰어내리겠다는 협박을 하는 사람이 있음. 그러다가 자기 성질 못 이기면 정말 뛰어내려서 뉴스에 나옴.


4. 
운다. 
- 말하다가 갑자기 목이 메어 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해들었습니다. -_-;


3.
고백을 1시간 동안 함 
- '고백편' 을 쓴다 하니, 긴급 제보해준 C 양께 감사드립니다. 강의 듣는지 알았다더군요.


2.
갑자기 반지를 꺼냄 
- 무릎까지 꿇을까봐 겁났다던 C 양의 제보에 감사드립니다.


영예의 1위는… … … …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1. 
친구한테 전화로 고백을 전해들었음. 

, 특별 이벤트. 내 생애 가장 최악이었던 고백 시츄에이션 제보를 받습니다. 올려주신 시츄에이션 중 가장 어이없었던 시츄에이션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 나중에 기회 되면 밥이라도 한끼 사드리며 위로 해드릴께요. -_-;;;; 다만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_-;

진지하게 충고 드립니다. 불필요한 이벤트 하지 마시길. 장미꽃 백송이 이런거 준비 안 하셔도 됩니다괜히 기타 치면서 '사랑의 서약' 같은 노래 부르지 말아주세요. 금전적 여유가 있다고, 까페 하나 빌려버리는 통 큰 고백 같은거 하지 마세요. 공통된 친구들, 혹은 회사 사람들 다 앞에 있는데, 다짜고짜 사귀어달라고 하지 마시길. 너 없으면 죽는다고 울고 불고 매달리지 마시길

참… 쉽죠?

…진짜 쉽지 않나. 저러는게 더 어렵겠다-_-;





21. 어쩌라고?

작업의 정석 <-- 일단 이거부터 참고하시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건 중요한 얘기다. 전화로 할 얘기도 아니고, 문자 메시지로 통보할 얘기도 아니다. 때로는 약간의 설득도 필요하고, 어떨 때는 호소할 필요도 있고, 문답이 필요할 때도 있다. 꽤나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얼굴을 보고 할 얘기라는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시끄럽고, 산만한데서 하면 되겠는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다. 이야기의 종류가 이야기이니만큼 가능하면 차려입고, 이쁜 곳을 고른다. 스스로도 조금 용기를 낼 수 있게, 그리고 상대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가능한한 조명이 뒷받침해주는 곳을 선택한다. 1 1카메라 시대, 조명빨의 소중함 정도는 이제 모두들 알고 있는 시대니까.

적당한 횡설수설과 장황함은 귀엽게 보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용인될 수도 있지만 말실수는 치명적이다. PT 하는건 아니지만, 어쩌면 나 자신과 내 감정을 예쁘게 포장해서(꾸며내라는게 아니라) 상대에게 납득을 시켜야 하니, PT 준비하는 것처럼 리허설을 해볼 것까진 없겠지만, 어느정도 어떤 표현이나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겠다고 어느 정도 준비를 해두는게 좋다.

고백의 도에 대해서 하나 말씀드리면,

백은 그냥 솔직하고, 분명하게 하는게 최고다. 위에서 말했듯이 뭘, 어쩌자는건지 모르겠는 고백도 있다.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고백도 있다그냥 솔직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비전을 내놓아라. 무슨 비전? 아니, 그냥 당당하고, 분명하게 사귀자고 하면 된다대단한 노하우 따위 있을 리가. -_-; 그냥 부딪치는 수 밖에 없다니까요?

나는 네가 좋다너의 뭐뭐뭐가 참 좋고, 너의 뭐뭐뭐도 참 좋다아주 많이 좋다. 너랑 같이 행복해졌으면 싶은 소원이 생겼다.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너한테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싶다. 나 한번만 믿어달라. 나 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다등등등등등등등등등등등. 

사람에 따라서 먹히는 멘트가 다르고, 또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다르지만, 먹히는 멘트의 공통점은 솔직하다는 것과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게 기본이다. 다른 세세한 설정은 경우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고 분명한 것만큼 마음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또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건 또 없다. 선물, 이벤트 따위가 아니다. 부끄럽고, 혹은 겁이 나고, 무섭고 그렇기 때문에 두리뭉실 뭉개거나, 혹은 자존심 때문에 할 말을 확실히 하지 못하겠는 그런 마음은 다 이해하겠지만 부딪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과 희망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뭔가 얻으려고 하는건 그건 비겁함에 다름 아니며, 설사 얻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불로소득일 뿐이다. 불로소득은 세금 많이 뗀다어쩌다가 불로소득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그런 불로소득을 얻은 우리는 차후에 과중한 세금에 신음하게 될 것이다연애의 세금은 파산에 이를 뿐만 아니라, 주변에 금치산자로 소문나기도 한다. 솔직함, 그리고 분명함, 이것만이 남자의 가장 유효한 무기다. 차가 아니다.

솔직하게 상대가 좋다고, 잘해보고 싶다고교제해달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이게 전부다

이 정도를 모르겠냐고? 고백이라는건 당연히 얼굴 보고 해야 하는거 아니겠냐고? 이런걸 팁이라고 준다고? 그렇다. 팁은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를 다시 한번 늘어놓은것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의미는 있다. 분명한 것이다. 사람은 종종 비겁해진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 앞에 자기 합리화와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그 결과가 내가 위에서 길게 늘어놓은 조금 당황스러운 사례들이다. 결코 그 사람들이 어리석거나, 괴물이어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말한다. 그러지 않는게 좋다. 확실하다. 결코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이해해줄 사람 별로 없다. 자신의 나약함에 스스로 변명을 만들어주진 말자.

또 하나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점도 있다. 고백이라는건 어쨌든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일방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그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행위라는 것이다. 어쩌면 고백 그 자체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선택' 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녀들은 '선택'의 그 순간에 수많은 갈등을 한다. 처분만 기다리면 되는건, 어쩌면 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다른 부담을 주지 않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이벤트 같은게 괜히 하지 말고, 명동 한복판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말고선물 같은거 하지 말고, 편지 열장 써서 그 앞에서 낭독하지 좀 마세요!!! 감동 절대 안 받습니다. 얼른 그 자리를 모면하고 싶은 부끄러움만 안겨줌미다.





22. 반응이… 반응이… ㅠ.

부끄럽지만 열심히 고백한 우리에겐 언제나 난관이 기다린다. 분명히 내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같이 만나서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잘 하고, 집에 데려다주기까지도 했고… 그래서 이제 때가 됐다 싶었고,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는데… 

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거냐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면

'잘 모르겠어' 이 어정쩡한 발언은 무엇이냐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럴 때 우리는 고민한다이런 때만 카리스마!!! 하고 한번 강압적으로 나가볼까. 어쨌든 나는좀짱이라능난티타늄합금도끼라능 하는 심정으로 밀어붙여볼까. 아니면 아, 이건 분명 거절이양. . 난매너남이니까효, 하면서 '알겠어. 너의 마음을' 하면서 겸허하게 후퇴하는게 좋을까. 그리고 쓸쓸하게 뒤돌아서 바람결에 머리를 쓸어올리며 담배 한개피 입에 물고,

모르겠어. 여자의 마음은,

하며 분위기를 잡아볼까. 뭐가 좋을까, 어째야 하는걸까.

…뭐, 저도 모르겠습니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야죠. -_-; 사람 모두 제각각이라는데 말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다쉽게 포기 하지 말 것, 언제나 당당할 것, 그러나 진상이 되지 말 것, 그리고 후퇴할 수 있을 때 명예롭게 후퇴할 것. 이 네 가지만 염두에 두면 되지 않을까?



①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가끔 연애 관련 서적에 보면 '고백의 대답은 당일날 받아내는게 좋다' 는 충고가 보인다. 물론 옳다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단점이 보이거나사귀면 안 되는 이유만이 크게 부각되기 쉽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데, 지금 생각하라고 징징댈건가?

'
생각할 시간을 달라' 고 하면, 주자. 10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 는 말의 진의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각할 시간을 왜 달라는걸까? 첫째. 단번에 허락하면 나도 마음이 있었다는걸 들킬까봐 부끄러워서?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많진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둘째. 연애할 때가 아니라서? 가끔 듣는다. '내가 지금 연애할 때가 아니야' 라는 말은 대개 '내가 지금 (너랑은) 연애할 때가 아니야' 라는 뜻이다. , 물론 이 글은 소개팅 상황을 전제로 한 바 있다. 소개팅 나왔는데, 연애할 때가 아니라는 말은 직접적인 거절이나 다름없으니까 이 둘째의 경우는 아예 제해놓자. 셋째. 내가 뭔가 문제가 있나? 사실 그게 정답일 확률이 크다. 그리고 그 '뭔가'가 뭔지는 그녀들도 사실은 대개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같이 있으면 재밌긴 한데, 만나려고 약속을 할 때는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하거나, 문자가 자꾸 오면 귀찮기도 한데 이런 사람이랑 연애해도 되나 싶고, 뭔가 이게 좋아하는건가, 아닌 것 같은데 연애해도 되나, 싶고. 뭐 그런거다. 키가 너무 작아서, 차가 없어서, 너무 멍청한 것 같아서, 도저히 이야기가 안 통해서, 뭐 그런 문제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그게 설령 진실이라도 뭐, 어쩌겠나. 자학이 될 뿐이다.

연애의 전단계, 'pre 연애 단계', 혹은 '前 연애 단계' 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 그건 아마 '부담스럽다'는 것일거다. 신애도 알렉스를, 이벤트학 전공이자 완벽한 남자의 표본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 알렉스를 처음에는 '부담스러워서' 라는 이유로 거절하려 했었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감정을 털어놓는 행위 자체가 조금 일방적일 수 있고, yes or no 를 말해야 한다는 것, 승낙 혹은 거절이라는 것그리고 그게 all or nothing 의 문제라는건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일이다넷째의 가능성 단지 그 부담스러운 순간을 '회피하고 싶을 뿐' 일 수도 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 는 말은 셋째와 넷째가 조합된 감정의 소산일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아니, 지금 대답해줘' 라는 강압은 부담을 더욱 더 크게 만들 뿐이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면 줘야 한다.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을 땐, 너무 조바심 내거나, 혹은 너무 풀어주거나 하지도 말자. 전화를 하루에 한번씩 해오던 사이였다면, 문자를 하루에 서너개 정도 주고 받는 사이였다면 전화를 아예 안 하거나, 문자를 아예 끊거나 하지도 말 일이다. 이틀에 한번, 사흘에 한번 하는 식으로 전화를 줄이고, 문자도 그렇게 줄이는게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방법이다. '생각 다 했어?', '언제 알려줄거야?' 하고 재촉하지 말라는건 당연하고, 혹시 그런 뉘앙스를 감출 수 있는 자신이 없다면, 무언의 압박을 가할 것 같다면 가능하면 연락을 피하는게 차라리 낫다. 우리가 조금만 더 능력자라면, 그 자리에서 대답은 받아내지 못해도 다음에 만날 약속 정도는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생각할 시간을 달라 했고, 다음에 만날 약속까지 했으면 뭐, 이야기는 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히! 그런 능력자가 아니다. 그러니,



 마법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녀가 단지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그 순간을 회피하거나, 모면하기 위해 '타임' 을 요청했을 경우다. 넋 놓고 있으면 흐지부지 된다. 남자만 나쁜게 아니라서, 그녀들도 맺고 끊는게 분명치 못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고, 그냥 넘어갈 수 있으면 넘어가려는 그녀들도 있다. 그런 경우는 아니더라도, 당장 우리가 속이 탄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 간단하다. 적당한 시간을 두고 다시 만나자고 하면 된다.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건 예의바른 행동일 수 있지만, 영리한 행동은 아니다. 그녀가 명확한 대답을 결정하고, 그것을 또 말할 수 있을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건 불행하게도 50 : 50의 확률이 아니라, 대략 3:7 정도의 확률로 패배할 공산이 크다. 바로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다른 외부 요인없이 곰곰히 생각을 해봐서 그 마음을 돌이키는게 쉬울 것 같은가? 적당한 시간을 주고, 또 시간을 줬다는 제스추어를 취함으로써 우리의 매너는 증명된다또한, 그녀의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줬다는 성의 표시도 되었다. 그러니 그녀가 확실히 마음을 결정하고, 다시 만나자고 먼저 연락하기 전에 먼저 만나자고 제의를 하는게 좋다다만 그 시간은 제3자가 보기에도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싶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대개 일주일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솔직히 일주일 넘게 머리 싸잡고 고민해도 답 안 나오는 고민이면, 주우우욱~ 계속 답 안 나온다)이어야 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만나서 이제 무엇을 하나? 넋놓고 처분만을 기다리나? 아니다. 마법을 부릴 시간, 설득을 해야 할 시간이다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