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銀, 추가 양적완화

일본은행이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기로 했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고 엔화 가치의 추가적인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일본은행은 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국채 등을 사들이는 채권매입기금 규모를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10조엔 늘리기로 결정했다. 작년 10월 기금 총액을 50조엔에서 55조엔으로 확대한 이후 4개월 만에 추가적인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에 증액된 10조엔은 모두 일본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기금 증액은 올해 말까지 완료한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그만큼의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시중 통화량이 늘어날 경우 일반적으로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조치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에 비해 1% 오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물가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중장기적인 물가안정 수준’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해왔다.

일본은행이 이번에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예상보다 둔화된 경기 회복 속도. 일본 정부는 대지진 피해 복구 자금이 풀리기 시작하는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작년 일본의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경상수지 흑자도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이번 조치에는 지나친 엔고(高)를 막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엔화 가치는 달러당 77엔대 안팎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맴돌고 있다.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자는 것도 양적완화의 배경이다. 내수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본 경기 전반에 활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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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