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 계속되며 美·유럽 4년째 곤두박질
인도, 투기열풍에 25% 껑충 브라질도 19%나 급등
홍콩·싱가포르 상승세 꺾여, 정부 규제에 투자심리 위축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집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이 빠른 인도·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가는 집값이 20% 안팎 급등했다.

글로벌 부동산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GPG)'가 최근 전 세계 주요국 대상으로 지난해 집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35개국 중 22개국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던 한국(2.94%)은 1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부산·대전 등 지방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선진국 3년째 내리막길

세계 주택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유럽은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2008년 이후 4년째 집값이 내리막이다. 미국은 지난해 5.54% 하락했다.

GPG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실업률이 높고 압류주택 재고가 많아 시장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도 "주택 착공 실적 등 여러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하강 모멘텀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집값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주택금융공사의 앤드루 레벤티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분기 미국 본토의 절반이 넘는 28개 주(州)에서 집값이 반등했다"면서 "시장회복의 증거"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인 마크 파버도 최근 CNBC에 출연해 "주택 공급과 이민자 수, 인구 증가 등을 비교하면 미국 남부지역 주택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자산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해 재정위기가 닥친 유럽 각국들은 집값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는 지난해 주요 국가 중 집값 하락률(-18.08%)이 가장 컸다. 재정위기로 흔들리는 그리스·스페인도 10%·9%씩 떨어졌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있는 에스토니아(8.3%)·노르웨이(7%) 등 일부 국가는 집값이 견고한 오름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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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브라질 고공비행

지난해 주요국 중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인도·브라질이다. 각각 25.2%·19.7% 올랐다. 인도는 지난해 6~7%대의 경제성장을 나타낸 데다 투기 열풍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치솟았다. GPG는 "뭄바이의 경우 2009년 이후 2년간 집값이 배 이상 폭등했다"면서 "최근 인도 중앙은행이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아 향후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흥국가 중 경제 기초체력이 가장 탄탄하다고 평가되는 브라질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정치적 안정, 인구 증가 등에 힘입어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10년까지 과열 조짐을 보이던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 주택시장은 상승세가 꺾였다. 2010년에만 20%쯤 뛰었던 홍콩 집값은 지난해 5%대로 주저앉았고, 싱가포르(0.28%)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이들 국가는 시장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모기지금리 인상, 대출 규제, 거래세 신설 등 각종 집값 안정대책을 쏟아내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평가됐다.

GPG는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재정 위기 확산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높은 실업률과 소비자 심리 위축이 올해 세계 주택시장을 짓누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