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의 '보틀러 경영'

해태음료는 생산·판매 전담…"원재료 가격변동 위험 없어"
한국코카콜라가 마케팅 맡아

‘흔들어 주세요’라는 광고문구로 1980년대 음료시장을 주름잡았던 토종 브랜드 ‘써니텐’(사진)의 상표권이 미국 코카콜라컴퍼니에 팔렸다. 원래 써니텐의 주인인 해태음료는 제품 생산·판매권만 가진 보틀러(bottler·병입 판매업자)로 역할을 바꿨다.

해태음료는 써니텐을 포함해 과일촌, 봉봉, 코코팜 등 모든 상표권을 작년 6월 코카콜라컴퍼니에 일괄 매각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상표권 이전 대가는 수십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컴퍼니의 국내 법인인 한국코카콜라가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을 전담하고,해태음료는 이들 제품의 생산·판매를 대행하면서 수익을 나눠갖기로 했다.

한국코카콜라는 수개월간 검토를 거쳐 이들 브랜드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써니텐의 마케팅을 우선 재개하기로 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빅뱅을 모델로 기용, 몇년 만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1976년 출시된 써니텐은 해태음료가 한때 연 매출 6500억원(1997년)의 음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적 변경’으로 토종이라는 꼬리표는 35년 만에 떼어내게 됐다.

해태음료가 회사의 역사나 다름없는 장수 브랜드들을 넘긴 이유는 뭘까. 작년 1월 해태음료 지분 100%를 인수한 LG생활건강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해태음료가 제품 개발부터 판촉까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기존 방식보다는, 모든 권리를 코카콜라컴퍼니에 넘긴 다음 제품 생산·판매에만 주력하는 보틀러 체제를 적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생건은 2007년 코카콜라컴퍼니의 국내 보틀러인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한 데 이어 해태음료까지 보틀러로 전환함으로써 2개의 보틀러 체제로 음료사업을 벌이게 됐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카콜라 본사와 계약한 모든 보틀러는 음료 원액을 매입할 때 ‘순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위험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며 “어떤 제품이건 일정한 매출총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해외 코카콜라 보틀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LG생건은 해태음료 인수 직후 도매 공급가 할인율을 축소하고, 영업 방식을 코카콜라음료와 똑같이 바꾸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벌였다. 그 결과 인수 첫해인 지난해 해태음료 매출은 2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429억원 적자에서 15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6년 만의 흑자전환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400억원.

이종원 LG생건 홍보팀장은 “코카콜라컴퍼니가 올림픽 공식 후원사라는 점을 활용하는 등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 보틀러

bottler. 음료의 상표권과 핵심 원재료를 보유한 업체와 계약을 맺고 특정 지역에서 해당 제품을 생산, 유통, 판매할 권리를 가진 회사를 말한다. 미국 코카콜라컴퍼니는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1940년대 이 방식을 본격 도입, 전 세계에 약 300개의 보틀러를 두고 있다.


Posted by Fatal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