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나노 경쟁 시대는 갔다
입력 : 2011.09.23 03:17
삼성 20나노 양산 앞섰지만 경쟁업체들도
추격 나서
10나노는 물리적 불가능… 원천기술 분야 개척해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22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의 '20나노 D램·플래시 양산 기념행사'에서 '반도체발
태풍'을 언급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집적도 경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차세대 반도체 시대에 들어섰음을
예고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나노' 경쟁 막 내리고 차세대 제품 뜬다
삼성전자 '메모리 16라인'은 19만8000㎡(6만평) 규모의 12층 건물. 세계 최대 규모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이다. 이 라인은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에 쓰이는 20나노급 플래시메모리를 12인치 웨이퍼로 월 1만장 이상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또 20나노급 공정을 사용한 D램도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존 30나노급 D램과 동등한 성능을 내면서도 생산성은 50% 높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삼성이 경쟁사들과
더 격차를 벌릴 강력한 무기로 평가된다.
반도체 내부의 전자회로는 수없이 많은 미세한 전선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전선 두께(선폭·線幅)를
줄이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전자부품을 집어넣어 정보 저장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선폭을 머리카락 두께의 1만분의 1 수준인 나노 단위까지
낮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삼성의 경쟁력은 이 미세공정(微細工程) 기술이었다. 삼성은 1992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미세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제일 빨리 선보여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리드해왔다.
하지만 선폭이 너무 좁아지면 반도체 회로를 지나는 전류가 서로 간섭·충돌하는 현상이
생겨 오작동이 일어난다. 현재 기술로는 선폭을 10나노 미만으로
줄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천 기술 업체와 양산 업체 간 합종연횡 활발
삼성은 휴대폰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한동안 고전했다. 얇고 가벼운 휴대폰 제조 기술은 최고라고 자부했지만,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까지 결합해 '게임 룰'을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에서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세공정 개발과 동시에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의 그랜디스(Grandis)란 반도체 개발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자기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차세대 반도체 'M램'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업체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산업기술청(DARPA)이 15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던 이 회사는 제품 양산에
필요한 설비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업체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달 일본 도시바와 M램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도 그랜디스처럼 M램에 관한 원천 기술이 많은 업체다. 도시바의 원천 기술과 하이닉스의 양산 기술을 합쳐 오는 2014년 M램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IBM은 내구성이 강하고 생산원가가
저렴한 P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의 등장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단순히 선폭을 줄이는 기술은 점차 평준화되는 추세다. 삼성이 1위를 달린다 해도 경쟁사들이 곧 따라온다. 반도체 개발에 나선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한다면 당해내기 힘들 수도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권오철 사장은 "새로운 분야인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선 원천 기술과 양산 기술을 겸비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D램
PC에 주로 쓰는 메모리반도체.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저장 정보가 사라진다.
☞M램
전류와 자기장을 가하면 물체의 자성(磁性)이 변하고 저항값도 변하는 원리를 활용한 반도체. 전력 소모가 D램의 1000분의 1에 불과하고 처리 속도도 빠르다.
☞P램
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내부 구조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반도체.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해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작업을 1000만번가량 반복할 수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22/2011092202239.html